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보통날

책소개

4일의 추억, 22년의 그리움 1백만 한국 독자를 뭉클하게 했던 단 하나의 사랑이야기

젊은 시절 꿈을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채,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프란체스카.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 견학 겸 짧은 여행을 떠난 사이, 모처럼의 휴식을 맞이한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운명의 사랑이 찾아온다. 물 빠진 청바지와 낡은 레드윙 부츠, 손 때 묻은 니콘 카메라와 카멜 담배, 낡은 픽업트럭……. 오래된 다리의 사진을 찍겠다며 아이오와 주 시골 마을, 고립된 낡은 도로 같던 그녀의 삶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남자, 로버트 킨케이드. 머물지 못하는 바람 같던 그의 인생에도 처음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이가 생겼고, 프란체스카는 다시 춤을 추고 싶어졌다. 그도 그녀도 더 이상 젊지 않고, 첫 무도회의 설레임은 이미 자라날 아이들의 몫이 되어버렸음에도.

영화로, 뮤지컬로, 세기가 바뀌어도 계속되는 신화
2017년 4월, 옥주현, 박은태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막을 연다. 이미 2014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그해 토니 어워드 작곡상, 오케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첫 한국 공연임에도 이미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1992년 첫 출간될 때만 해도 가정이 있는 주부와 중년 남성의 사랑이라는 설정만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원작 소설은 초기의 근심 어린 시선을 떨치고 보수적인 미국 출판계에서 3년 연속 베스트셀러(뉴욕타임스 164주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세기의 로맨스로 각광을 받기에 이른다. 작품 속에서 킨케이드의 사진을 실은 것으로 나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는 이후로도 오래도록 그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문의에 시달려야 했을 정도.
인터넷을 넘어선 SNS의 시대, 더 이상 그가 실존하는 인물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고, 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동명 영화조차 이제는 고전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작가 제임스 윌러는 여전히 독자들로부터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의 사랑을 지지하는 팬레터를 받곤 한다. 십여 년 전 그들의 사랑에 설레었던 한국의 첫 독자들이 여전히 그의 소설을 인생 책으로 꼽는 것처럼.

[출판사 제공]


동명의 영화와 뮤지컬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가 매우 컸던 책이다.
더욱이 두 장르에서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이 정말 크다.

먼저, 뮤지컬의 경우에는 인물들에게 서사가 있다.
프란체스카라는 인물이 뮤지컬 속에는 있는데, 책 속에는 없다.
책 속엔 단지 로버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 프란체스카만 존재한다.
주변인물 또한 서사가 없으니 살아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 단지 평면적인 배경과 다를바 없다.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만나 느낀 사랑의 충격과 왜 평생을 그리워했는지 이해하기엔 책이 너무 단순하다.
반대로 이런 원작에서 저렇게 재미있는 뮤지컬이 나온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영화의 경우엔 책과 마찬가지로 서사가 없지만 관능적이다.
관능적인 이미지가 강렬해서 책을 읽을 때조차 로버트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으로 떠올라 짜증이 날 정도였다.
메릴스트립의 연기력이 크겠지만 심지어 클린트 이스트우드임에도 불구하고 관능적이니 말이다.
게다가 스킨쉽이 별로 없는 뮤지컬마저도 보는 내가 황홀할만큼 로맨틱했는데, 이 소설은 소설임에도 그다지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았다.
보통 원작소설이 타 장르보다 좋기 마련이지만 소설이 가장 별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자체만 보면 아쉽긴해도 형편없는 정도는 아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인지라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이야기니까.

이 소설은 사실 불륜 이야기다.
그래서 처음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는데, 처음 이 작품을 접한게 뮤지컬이었다.
뮤지컬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자극적인 장면을 줄이고 서사에 집중해서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남편과 가족의 서사 또한 들어가기 때문에 몇 번 더 관극을 할수록 남편에게 감정이입이 되서 슬펐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소설은 주위 인물들을 완전히 배제하여 두 사람의 사랑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소설이 단순화되는 대신 프란체스카의 불륜이라는 오점을 최소한으로 작게 노출시킨다.
그러면서 로버트를 완벽하게 멋진 남자로 만들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최대한으로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 점이 이 작품의 재미있는 요소이기도 하고 줄거리만 접했을 때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로버트와 프란체스카가 처음 만나 로버트의 트럭을 타고 로즈먼 다리로 가는 부분이다.
여기서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담배를 권하는데, 그 찰나의 순간이 굉장히 에로틱하다.
프란체스카의 긴장감이나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공기가 느껴진다.
보지도 않고 불을 붙여주는 로버트는 또 왜이리 멋있나.

52 그는 다시 한 번 담뱃갑을 탁탁 털더니 한 개비를 입술에 물고 금장 지포 라이터를 켜서 그녀 쪽으로 불을 내밀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눈길은 도로를 향해 있었다.
 그녀는 바람을 막기 위해 라이터 주위를 양손으로 둥그렇게 싸고, 트럭이 덜컹거려서 불꽃이 흔들거리는 것을 바로잡으려고 그의 손을 잡았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시간은 한순간이었지만, 그 정도로 그의 손의 따스함과 손등에 난 작은 털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로버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방충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지도 않고, 프란체스카가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될까봐 걱정하고 배려하는 섬세한 사람이다.
편지는 또 얼마나 로맨틱한가.
이런 편지를 보내는 그를 포기할 수 있는 프란체스카가 대단하다.

41 어떻게든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하오. 어디서든, 언제든. 
 뭐가 필요하거나 그냥 나를 보고 싶거나 하면 내게 전화해요. 난 언제든지 당신이 부르는 곳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소. 언제 여기 올 수 있는지 내게 알려 줘요. 언제라도.


1965년의 시골 아이오와에서 프란체스카가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는 뻔하다.
그 시기가 그렇기도 하고 보수적인 마을에서는 더더욱 여자에 대한 처우가 좋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아내와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서의 삶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로버트가 보여준 사랑과 존중과 배려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게 건내는 수많은 다정한 말들 중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174 하지만 당신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고, 또 당신의 감정을 존중해요. 어쩌면 당신 말이 옳았는지도 모르겠소. 그 무더운 금요일 아침, 당신 집 앞길을 빠져 나왔던 일이 내가 지금까지 한 일과 앞으로 할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소. 사실, 살면서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을 겪을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을지 의아스럽소.


두사람이 단 나흘간의 사랑을 평생 간직하고 죽을때까지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간 이유.
이 작품을 대표하는 로버트의 대사다.

149 그러고 나서 그들은 오랫동안 서로 껴안았다. 킨케이드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로버트 이야기만 하는 이유는 그만큼 소설속의 프란체스카가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 시절 이 소설을 사랑한 수많은 독자들은 분명 여성이었을 것이다.
영화에선 메릴스트립의 프란체스카만 보여서 아쉬웠다면 소설은 그야말로 로버트 킨케이드만 보인다.
아쉬운 마음에 후속편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을 읽어볼까 생각했는데, 줄거리를 찾아보고 그만뒀다.
아쉽다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