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보통날

책소개

이 책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와 같이 인간 심리와 본성에 관한 가설과 이론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20세기 천재적인 심리학자와 정신 의학자들의 위대한 심리실험 1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10가지 실험을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현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질문하면서 동시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은 보상과 처벌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스키너의 행동주의가 습관에 의해 움직이는 쥐들의 신경적 상관물을 연구하는 오늘날의 신경생리학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의 식이다.

저자는 실험자와의 인터뷰와 개인적인 체험이 살아있는 생생한 서술 방식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실험의 탄생 배경과 맥락, 함축적 의미까지를 소개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목차

머리말
1.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
B. 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2.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3.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4.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5. 마음 잠재우는 법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6. 제정신으로 정신 병원 들어가기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7.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8.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9. 기억력주식회사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10. 드릴로 뇌를 뚫다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옮긴이의 말

[알라딘 제공]


이 책은 너무 유명해서 독자들이 한 번쯤은 다들 들어봤을 세상을 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가지를 소개한 책이다.
우리가 이미 아는 심리실험이지만 배경과 그 심리 실험이 의미하는 것을 좀 더 명확히 제시해주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책의 제목으로도 언급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심리학자 B. F. 스키너의 심리상자는 처음부터 인간의 자유의지와 유심론을 부정한다.
저자는 스키너를 모순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20  "사소한 사건들이 모여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 나는 내 인생의 어느 한 부분도 사전에 계획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종종 자기 자신을 신이나 '인간의 구세주'처럼 느낀다고 쓰곤 했다.


스키너는 인간의 행동을 조작적 조건화로 설명하며 우리를 마음이 아닌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람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주장이었고, 실험에 따른 논리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인간을 단순화시키는 것의 한계는 다른 학자의 실험으로 대변할 수 있다.
바로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이다.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은 인간이 마음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는 것으로 실험을 통해 인간 정신의 합리화 메커니즘을 밝힌다.
인간의 행동은 스키너의 보상 이론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없으며 자신의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단히 놀라운 정신적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페스팅거는 한 실험에서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1달러를 받은 사람들이 20달러를 받은 사람보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들이 고작 1달러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지 부조화에 시달리는 인간은 대가가 사소할수록 자신의 존엄을 위해 더 왜곡된 믿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이론은 상식적으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유일한 설명같이 느껴졌다.


155 여러분은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착하고 똑똑한 사람은 거짓말을 위해서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이 이미 내뱉은 거짓말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지저분한 돈을 자신의 호주머니 안에 이미 집어넣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맞게 믿음을 일치시키게 된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나와 자신의 문제 행동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 대가로 20달러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믿음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1964년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심리학자 존 달리와 빕 라타네가 몇 가지 실험을 더 해 인간의 사회적인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가짜 발작환자의 목소리를 듣는 피실험자들은 불안해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다수의 사람이 함께 듣고 있다고 생각해서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정확한 상황 판단을 내리지 못한 우리가 자신을 의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감을 잃은 것이 아니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직관과 상식이 두뇌 속에 꽁꽁 묶여 있는 저주받은 동물이라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심리실험 중 가장 공감이 가는 해석이다.


111 인간은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존재라는 것,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나 상반된다. 매너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정보다 강하고, 두려움보다 원초적이다. 


가장 충격적인 이론은 알렉산더와 공동 연구자인 로버트 코움, 패트리시아 헤이더웨이의 쥐 공원이었다.
약물 중독을 화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문제라고 생각한 세 연구자는 천국과 같은 환경의 쥐 공원과 좁고 격리된 우리에 각각 16마리의 쥐를 넣고 모르핀이 든 음료를 넣었다.
쥐 공원의 쥐들은 모르핀이 든 달콤한 용액을 거부했고 우리 안의 쥐들은 음료에 달려들었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의 쥐를 비교해보았을 때 우리 안의 쥐가 쥐 공원의 쥐보다 모르핀이 든 물을 최대 16배나 더 마셨다.
후에 추가로 진행한 실험에서 그들의 연구는 쥐 공원의 쥐들에게는 중독과 금단 현상이 언론 보도처럼 강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음을 밝힌다.
이 연구는 마약 중독이 실은 자유 의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중독은 생활 방식의 한 전략이며, 그것은 인간이 만든 모든 전략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관심 이동과 기회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는 곳이 쥐 공원이 아니라면 우리는 결코 중독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이 외에도 감옥에서 실시된 한 연구는 감방의 밀도가 높을수록 자살이나 살인, 질병 발병률이 더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넓은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천국이 아니고 항상 만족할만한 환경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실험을 통해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약물 중독은 사회적 문제이지만 현실을 사는 우리는 중독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인가.
사실은 약물 중독이 약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이런 결론은 비약이 될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험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이 이론이 정상적인 추론이 아니라는 뜻도 아님을 알고 있다.
정말이지 인간은 불행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어느 강의에서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기억이라고 들은 기억이 난다.
스코빌박사가 헨리의 간질을 고치기 위해 그의 뇌에서 해마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 후 그는 그 후의 일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이 수술은 브렌다 밀러가 기억 메커니즘에 해마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했고, 에릭 칸델이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과 세포 간의 메커니즘을 발견하게 했다.
이렇게 헨리라는 사람의 기억을 대가로 두뇌 생물학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영원히 그 수술을 한 날짜에 살게 되는 것일까? 그곳에 머물러 있는 그는 그인가?


287 우리는 항상 기억이 우리의 존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과거를 잊는 사람은 평생 그것을 반복할 운명이다. 기억은 이야기이며, 우리의 존재에 지속성과 의미를 부여해준다. 우리가 기억에 사로잡혀 지내지 않더라도 그것과 최소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290 우리는 지난 일을 기억하거나 앞날을 향해 가느라 바빠 현재에 거의 집중하지 못한다(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기억이다. 모든 기대는 과거의 학습을 토대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속에서 거의 살지 못한다. 우리는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고 산다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재가 어떤 느낌인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동물들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토록 행복해 보이는 것이리라.


이 책은 저자가 심리실험에 대한 해석과 의견을 제시하지만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
보통 비문학은 저자가 견지하는 견해를 통해 방향성이 정해지기 때문에 결론이 없다는 것이 조금 새롭다. (그래서 책의 리뷰를 보면 마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보이기도 한다)
문학은 열린결말을 선호하지 않지만 이 책은 결말이 없기에 개인적으로는 더욱 좋았다.
스스로 더 생각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저자는 유쾌하고 글은 유익하며 재미있다.


이 부분은 제정신으로 정신 병원에 들어가는 실험을 한 후 정신 의학 분석을 비판한 데이비드 로젠한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망신을 당하게 된 병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글의 유쾌함에 실제로 웃음이 터졌다.


192 권투 선수 기질이 있었던 로젠한은 싸움을 좋아했다. 당연히 그는 결투를 받아들였다. 이번 실험은 지난번과 반대로 누가 미쳤는가가 아니라 누가 제정신인가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한 달이 지났다. 두 달이 지났다. 마지막 석 달째가 되자 병원 측은 로젠한이 보낸 가짜 환자를 마흔한 명 찾아냈다며 확신에 차서 보고했다. 하지만 로젠한은 단 한 명의 환자도 보내지 않았다. 시합 종료. 상황은 끝났다. 정신 의학은 교수형에 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