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 눈의 빛, 세상의 빛, 내 인생의 빛 같은 사람!
90회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의 원작 소설 『그해, 여름 손님』 양장본. 파이팅 어워드 수상자 안드레 애치먼이 감각적인 언어로 피아노 연주와 책이 삶의 전부인 열일곱 소년 엘리오와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 두 남자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훗날 성장한 엘리오가 그해 여름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해, 올리버와 함께 보낸 리비에라에서의 6주, 로마에서의 특별한 날들을 배경으로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는 비밀을 안은 채 특별한 친밀함을 쌓아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탈리아 해안가의 별장에서 여름을 맞이한 열일곱 살의 엘리오. 부모님은 책 출간을 앞두고 원고를 손봐야 하는 젊은 학자들을 초대하는데, 그해 여름 손님은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다.
엘리오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신비한 매력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매료시키는 올리버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거침없이 빠져든다. 마음을 온전히 열어 보이지 않는 올리버를 향해 욕망을 떨쳐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엘리오. 올리버는 엘리오가 다가갈 때마다 “나중에!”라며 피하지만, 결국 둘은 멈출 수 없는 사랑을 나눈다. 하이든, 리스트, 바흐와 헤라클레이토스, 파울 첼란, 퍼시 셸리, 레오파르디를 넘나드는 두 사람의 의식 세계와 온전히 하나가 되고자 열망하는 몸짓이 세련되고 품위 있는 로맨스를 완성해 낸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표지가 예뻐서 뱃지가 탐나서 샀다가 줄거리를 알고 3년간 방치되어 있던 책이다.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는 꼭 읽고 정리 좀 해야겠다 싶었다.
책은 생각보다 더 별로였다.
감정 과잉 인물을 좋아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감정에 공감할만한 나이를 지나서일까. 경험할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일까.
원래 자신의 사랑이 가장 아름답고 유독 아프고 특별하겠지만 벨아미를 읽고 나서 읽으니 냉소적으로 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다 모파상 때문이다.
엘리오가 처음 마주하게 된 사랑에 서툴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좋았다.
그걸 풀어내는 방법까지 좋았다고 할 순 없지만.
아마 이 소설에서 내가 유일하게 공감할만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감정이 커지면서 나도 모르게 생기는 기대감으로 떠올리고 되새기는 시간, 그런 자신을 감추기 위해 포장하는 어설픈 모습들.
19 오늘, 통증, 감정의 부추김, 새로운 사람에 대한 흥분감, 손끝 너머에 있을 게 분명한 커다란 행복, 속마음을 잘못 읽을 수도 있고 잃고 싶지 않으며 항상 예측이 필요한 사람들 주위에서 보이는 내 서투른 행동, 내가 원하고 또 간절히 나를 원하기 바라는 사람들에게 쓰는 절박한 간계, 세상과 나 사이에 자리하는 듯한 라이스페이퍼처럼 얇은 미닫이문 같은 몇 겹의 장막, 애초에 암호화되지도 않은 것을 변환하고 또 해독하려는 충동…… 이 모든 것이 올리버가 우리 집에 온 그 여름에 시작되었다.
엘리오는 자신을 외면하고 냉정하게 구는 올리버의 모습에 괴로워하다가 그의 제안으로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나간다.
메마른 땅에 내린 이슬처럼 사소한 교제에도 기뻐하며 그 순간을 망치지 않으려 마음을 억누른다.
똑똑하고 성숙하면서도 서툴고 여린 소년이다.
91 나에게는 이런 순간이 천국이었다. 아직 어렸지만 그런 순간은 영원하지 않으므로 있는 그대로 즐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와의 우정을 단단히 하거나 다른 차원까지 끌어올리려는 어설픈 시도로 마치지 말고. 결코 우정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고 단지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첼란의 표현처럼 항시와 전무 사이(Zwischen Immer und Nie).
가장 별로인 건 엘리오의 아버지이다.
아들의 사랑을 응원해주는 다정한 아버지면서 아들을 부럽다고 말하는 성향을 가진 아버지.
왜 동성애 컨텐츠의 세상은 동성애자가 이리도 흔하게 주위에 있는 거지.
아버지도 동성애자라니 나 참.
둘의 대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고백의 순간 크나큰 실망감을 느꼈다.
진짜 이런 설정을 꼭 넣어야 했나.
내가 장르 소설에 순문학에 걸맞은 수준을 요하고 있는 건가.
사실 장르 소설이어도 전혀 상관없다. 그냥 재미만 있으면 되는데 그걸 못하는 게 문제인 거지.
아니 애초에 이 책을 산 내가 문제다.
277 "올리버는 그냥 올리버인데요." 내가 한마디로 요약이라도 하듯이 말했다.
"Parce que c'etait lui, parce que c'etait moi(그가 단지 그이기 때문에, 내가 단지 나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덧붙였다. 몽테뉴가 에티엔 드 라 보에티와의 우정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나는 에밀리 브론테의 말을 떠올렸다. '그가 나보다 더 나와 닮았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