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아미 보통날

책소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여자를 유혹하는 아름다운 남자!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보여주는 모파상의 장편소설『벨아미』. 근대 프랑스의 격동적인 삶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욕망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매력적인 외모와 우아함을 타고난 남자 '벨아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가 허물어진 인간 사회를 냉정하게 묘사하였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퇴역 군인 조르주 뒤루아는 잘나가는 신문기자 친구 포레스티에를 통해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화려한 사교계의 맛을 본 뒤루아는 점차 신분상승의 욕망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뒤루아는 적당한 부와 지위를 갖춘 드 마렐 부인이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을 눈치채고, 그녀와 밀회를 거듭한다. 사랑에 빠진 드 마렐 부인은 뒤루아에게 안정된 생활을 위한 자금까지 제공한다.

자신의 매력적인 외모가 사교계에 썩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은 뒤루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여자들에게 접근한다. 아름다운 남자 '벨아미'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자신에게 부와 쾌락, 명예를 안겨줄 수 있는 여자라면 누구든지 유혹하고 버리기를 반복하는데…. 신분상승을 꿈꾸는 한 청년의 그릇된 욕망이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묘사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민음사판으로 읽었다.
재미는 있는데 중반까지 몰입이 잘 안 돼서 읽느라 혼났다.
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소설은 당시 프랑스의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반영해 권력의 부패, 정재계와 언론의 유착관계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주인공 뒤루아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묘사하고 권력의 이동 방법과 언론의 성장을 조명한다. 
말 그대로 자연주의 문학의 정수이다.

모파상이 19세기 후반 유럽 작가라는 것에서 예상할 수 있듯 책 속에 반유대 정서가 엿보인다.
신문사 <라비 프랑세즈>의 사장이자 뒤루아를 사교계로 이끄는 왈테르는 유대인으로, 인색하고 염치와 체면도 없이 오직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는 계획된 투기로 소설에서 가장 많은 부를 얻게 되는 인물이다.
물론 모파상은 유대인뿐만 아니라 각계각층 인물들의 속물적인 이면을 낱낱이 밝힌다.
그중 가장 추악한 사람은 벨아미다.

'벨아미'는 '미남 친구'라는 뜻의 불어로 주인공 뒤루아의 별명이다.
뒤루아는 잘생긴 외모를 이용해 상류층 여성들을 유혹하여 권력과 재산을 취한다.
죄책감도 없이 상류층 부인들을 출세의 도구로 이용하는데 차근차근 한 명씩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이 뻔뻔하고 웃기다.
처음 출세의 발판으로 삼은 드 마렐 부인을 유혹하는 데 성공하여 환희하는 장면에서 그의 비열한 인성을 알 수 있다.
진짜 뭐 하는 놈인가 싶어 웃음이 다 났다.


118 '드디어 한 여자를, 견실한 남의 아내를 차지했다! 그녀는 사교계의 여자다! 그것도 틀림없는 파리의 사교계 여자다! 게다가 어쩌면 그렇게 손쉽게, 뜻밖에 차지할 수 있었단 말인가!'


그는 처음으로 유혹한 여자의 남편을 만나게 된다.
잔뜩 긴장하여 불안으로 가득 찬 그의 마음은 곧 재미와 기쁨으로 바뀐다.
드 마렐씨의 점잖은 얼굴을 바라보며 '이봐, 자네 마누라를 내가 가로챘네. 자네 마누라를 말일세.'하고 비웃는 모습에 이 못된 놈,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후로 그는 유혹하는 여자들의 남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고 다닌다.

왈테르 부인의 만찬회에 참석한 뒤루아는 야회를 떠나며 노시인 노르베르 드 바렌을 데려다주게 된다.
대화 중 노시인이 인생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지만 젊은 뒤루아는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노시인은 죽음 앞에서 인생무상과 허무주의를 강조한다.


184 "인생이란 산길과 같소. 올라가는 동안은 꼭대기가 보이니까 행복을 느끼지요. 그러나 다 올라가면 갑자기 내리막길이 눈앞에 나타나고, 더욱이 그 끝은 죽음이오. 올라갈 때에는 천천히 올라가지만 내려갈 때에는 빠르단 말이오."

186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오? 사랑? 그러나 키스를 즐기는 것도 순식간이고 곧 할 수 없게 될 거요.
 그리고 그 밖엔? 돈? 무엇 때문에? 여자에게 주기 위해? 대단한 행복이지! 그보다도 실컷 먹고 피둥피둥 살이 쪄서 매일 밤 관절염에 시달려서 신음하기 위해선가요?
 그리고 또 있나요? 명예? 그러나 그것도 사랑이라는 형태로 수확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소?
 그럼 그다음엔? 마지막엔 언제나 죽음이 있을 뿐이오."


이 허무주의는 뒤루아가 목숨을 건 결투 앞에서 그리고 고인이 된 포레스티에의 시체를 바라볼 때 확고해진다.
그는 자신과 친구의 죽음을 마주하고서야 노시인의 말의 의미를 깨닫고 공포를 느낀다.


247 막연한 공포가 뒤루아의 마음을 무겁게 누르며 덮쳐 왔다. 모든 존재를 이토록 신속하게 또 처참하게 끝없이 파괴하는, 그 한없는, 피할 수 없는 허무의 공포. 그는 그 위협 앞에 벌써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몇 시간밖에 살지 못하는 파리와 며칠밖에 살지 못하는 동물과 몇 해를 사는 인간과 몇 세기를 하는 천체를 생각해 보았다. 그들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으랴? 오직 새벽 여명을 더 볼 수 있을 뿐이다. 그것뿐이다.


포레스티에가 죽고, 뒤루아는 미망인이 된 마들렌과 결혼한다.
결혼 후 드 마렐 부인과 소원해지지만 두 사람은 다시 밀회를 시작한다.
뒤루아는 포레스티에의 자리와 재산을 차지하고도 더욱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싶은 야욕에 불탄다.
그는 이번엔 왈테르 부인을 유혹하고, 곧 그녀의 정열에 질려 떼어놓으려다 매달리는 그녀를 이용해 7만 프랑을 번다.
한편, 마들렌과 가깝게 지내던 보드렉 백작이 죽자 마들렌이 그의 모든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뒤루아는 이를 빌미로 아내의 외도를 추궁하고, 세상의 낭설을 핑계 삼아 유산의 절반을 양도받는다.
어떻게든 반으로 나눠 받으려고 애쓰면서 그 와중에 체면을 차리려 하는 게 너무 찌질해서 좋았다.
그는 어디까지 추해질까.

저자는 포레스티에와 보드렉의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무가치함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뒤루아는 그들의 죽음을 기회로 더욱 출세하며 나아간다.
이 역설적인 모습에서 오히려 힘이 느껴졌다.
성공하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해서든 앞으로 나아가는 뒤루아의 탐욕은 결국 그를 성공시킨다.

뒤루아는 마들렌과 라로슈 외무장관의 간통 현장을 덮쳐 라로슈를 몰락시키고 마들렌과 이혼한다.
그리고 끝내 왈테르의 딸 쉬잔과의 결혼에 성공하여 두 사람의 결혼식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예상 못 한 결말이었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았다.
신랑 입장하는 뒤루아의 가슴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이 달려 있다.
마들렌이 라로슈에게 받아 뒤루아에게 주고, 두 사람의 간통 현장에서 벽난로 속에 던져버린 훈장이다.
끝까지 치졸한 인물이다.

모파상의 소설은 언제나 비관적이기에 어쨌든 주인공의 해피엔딩이 신선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여성의 육체를 이토록 관능적으로 묘사할 수 있음에 감탄했다.
난 항상 모파상의 자연주의에서 낭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