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보통날

책소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봉순이 언니>의 작가 공지영의 에세이. 2010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았다. 어느 날 지리산으로 떠나버린 우리들의 친구들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행복학교를 짓는다. 도심 속에서 인터넷으로 쇼핑을 즐기는 꽁지 작가는 서울을 떠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만든 요절복통, 즐겁고 명랑한 행복학교 엿보기에 빠져드는데…

꽁지 작가가 그 벗인 낙장불입 시인, 버들치 시인과의 인연으로 지리산을 찾으면서 만나기 시작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제각기 다른 이유로 도시를 떠나온 사람들. 인생의 막장을 지리산에 의탁한 사람부터 스스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까지. 그냥 그렇게 살 수는 없어서 모인 사람들은 지리산을 등지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라는 제목을 풀어보면 '공지영이 바라보는 지리산 행복학교'다. 그 이유는 50 만원만 있으면 1년은 버틸 수 있는 지리산에서 살지 않고 저자는 아직도 서울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꽁지 작가는 화자로 직접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주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도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저 없는 사람들, 즉 가난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눈치를 봐야할 상사도 없고, 짓밟고 일어서야할 경쟁자는 더더욱 없다. 그들 스스로를 돌보고, 또 그들끼리 서로를 돌본다. 그들에게는 슬픔의 존재감은 없다. 슬픔이 없는 곳에 행복이 있는 것일까? 꽁지 작가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긴다.
[알라딘 제공]



수필집이 보고 싶어 책장을 들여다보니 오래전 사두고 펴지도 않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같은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구매했던 책인데 너무 오래 묵혀 두었다.

이 책은 공지영 작가가 지리산에 사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야말로 안빈낙도의 삶을 사는 이들이다.
도시에서 다치고 지리산으로 흘러들어와 치유되고 생명력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버들치 시인은 어느 날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나 생각했고,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깨달음을 얻고 지리산으로 간다.
그는 독신인 자기가 죽기라도 하면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워 통장에 관 값 2백만 원을 넣어두고 어쩌다 넘치는 돈은 시민단체에 기부하며 살고 있다.

낙장불입 시인은 1997년 어머니를 잃고 직장에서 쫓겨났고 아내와 아이들과 이별했다. 배신당하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상처를 입은 그는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수경 스님의 부름으로 지리산 살리기 도보순례, 낙동강 살리기 도보순례, 생명평화 오체투지순례 등 2만5천 리를 걷는 10년에 걸친 장정에 오른다.
그는 정말로 힘들다는 듯 농담하지만 다음날엔 수경 스님이나 문규현 신부님의 오체투지 행렬에 깃발을 들고 서 있다.
낙시인은 스님의 상한 무릎과 문 신부님의 부어터진 발을 만져드리다가 가슴이 아파서 밥도 못 먹고 눈물을 흘리며 걷는다.
2010년 이후로 시인은 얼마나 더 걸었을까.


33 그리고 가끔 그에게 편지가 왔다.
 "두 끼를 굶었어. 지난밤에는 피아골의 나무가 소식을 보내왔지. '나 절정이야. 혁명도 없이 희망도 없이 내 몸은 곧 절정이야…….' 밤새 단풍나무 벗 삼아 게임 고스톱을 치다 보면 낙엽들이 '낙장불입, 낙장불입' 하고 떨어지네……. 때 이른 단풍 하나 주우려다 보니 인생이 낙장불입인 거 같아……. 생각해보면 길을 잃었다고 뭐가 그리 대수일까, 잃어버렸다고 헤매는 그 길도 길인 것을."
 "추석 직후에는 빨치산 총수 이현상이 죽은 빗점골에서 다래를 따와 술을 담갔어. 언제나처럼 술병에 날짜와 이름을 써넣었지. 그리운 이들, 선배 문인들, 술친구들, 한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이들. 혹은 악연이었던 그 사람들……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알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술은 익어가고 내가 그들을 까맣게 잊은 날에도 술은 익어갈 것이며 나 혼자 그리움에 절절매더라도 술은 익어가겠지."


이 외에도 책에는 지리산에 사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최도사, 고알피엠 여사, 식당의 아름다운 여주인, 기타리스트, 강병규 사진작가 등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워낙 개개인의 개성이 강해 에피소드들도 짠했다가 유쾌했다가 마음이 바빠진다.
작가는 친구들의 신원을 다 밝히지 않을 것이고 이야기도 각색되었다고 말한다.
사실이든 각색이든 이 정도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푸는 걸 보면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싶었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기타리스트의 귀농일기다.
농사짓는 것도 닭 키우는 것도 어설픈 기타리스트의 좌충우돌 적응기.
글이 매우 유쾌해서 타이핑을 치면서도 웃음이 났다.


113 하동에는 유명한 말이 있다. 면사무소의 직원들이 앉아 있다가 개량한복을 입고 누군가 들어서기만 하면 어깨가 빳빳하게 굳어진다는 것이다. 분명 그는 귀농자이고 분명 그는 이 농정에 대해 심각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분명 그는 한 시간이 넘도록 조목조목 불합리에 대해 따질 것이고 분명 그는 그것이 잘 실현되는지 아닌지 감시를 계속할 것이고 분명 그는 이 과정을 자기네 무슨 인터넷 카페인지에 다 올려 면사무소의 노 아무개, 박 아무개가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를 중계방송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에 별로인 점도 있다.
이야기가 많은 순간 정치로 빠진다는 것이다.
작가 성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목가적 분위기에 치유되다가도 정치적으로 흘러갈 때마다 아찔하다.
무슨 말을 쓰든 작가 맘이겠지만 정치, 사회 에세이도 아닌데 보수, 진보라는 단어가 이토록 많이 나오는 책은 본 적이 없다.
경향신문에서 연재한 에세이니까, 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문학을 작가의 사상까지 검증하며 읽고 싶지 않은데 작가가 본인의 사상을 입속에 떠먹여 준다.
목가적인 글을 좋아하는 나도 애매한 기분이 드는 게  꽤나 호불호가 갈릴 책이다.


지리산 사람들은 지리산에 온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무엇보다 후회 없는 삶이 부럽다.


"생애 처음으로 이 모든 것들로부터 무책임해지는 길이었으며, 분노와 환멸과 절망과 투쟁으로 점철된 삶을 산 짐승이 마지막으로 가야 할 길"

"꿈을 이루고 싶은 열망이 이 모든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순간"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나는 도시를 떠났다."